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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탐구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by filebox77 2025. 3. 1.

1. 니체 철학의 정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19세기 후반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기존의 형이상학적 전통을 비판하고 인간의 새로운 가치 창조를 강조한 사상가였다. 그의 사상은 이후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심리학, 정치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는 단순한 철학서가 아니라, 문학적 표현과 서사적 요소를 포함한 독특한 형식의 저작이다. 니체는 이 책에서 철학적 사유를 ‘차라투스트라’라는 인물을 통해 우화적으로 전달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초인(Übermensch), 영원회귀(Ewige Wiederkehr),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 등의 철학적 개념이다. 니체는 기존 기독교적 가치 체계를 비판하며, 새로운 인간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은 죽었다(Gott ist tot)”는 선언을 통해, 서구 사회가 오랫동안 신봉해온 전통적 가치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단순히 기존 가치가 무너졌다고 해서 허무주의에 빠져서는 안 되며, 인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철학적 사상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그의 주요 개념들이 서사적 형식 안에서 전개된다. 차라투스트라는 고대 페르시아의 예언자 조로아스터(Zoroaster)에서 착안한 인물로, 산에서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고 인간들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세상으로 내려온다. 그러나 그의 가르침은 기존 가치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니체는 이처럼 인간이 기존의 신념과 도덕을 초월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간상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2. 초인의 탄생: 인간을 넘어선 존재로 나아가기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Übermensch)’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철학적 논의를 전개한다. 초인은 단순한 도덕적 우월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존의 가치 체계를 초월하고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를 뜻한다. 기존의 전통적 도덕이나 종교적 신념, 사회적 관습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의미를 창조하며 살아가는 인간상이 바로 초인이다. 니체는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치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버리고, 스스로 자신의 가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체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존재였으며, 문명과 도덕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켜 왔다. 인간은 사회적 구조 안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왔고, 기존의 가치 체계를 통해 삶을 질서 있게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도덕적 가치관이 인간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고 기존의 틀 안에 가두었다고 보았다. 도덕은 본래 인간이 만든 개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런 기존의 도덕적 가치관에 머무르는 한, 인간은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으며, 타인의 규범에 따라 사는 수동적인 존재로 남게 된다.

따라서 니체는 인간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도덕적 틀을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간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초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초인은 단순히 기존의 가치에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초인은 더 이상 신이나 사회적 관습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힘과 의지로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하고 개척해나간다. 이것이 바로 니체가 주장한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의 핵심이다. 인간은 단순히 기존의 체계를 부정하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 되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창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니체는 인간이 초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세 가지 단계를 제시했다.

  1. 낙타 단계(Kamel): 이 단계에서는 인간이 기존의 사회적 규범과 도덕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상태에 머문다. 낙타는 짐을 짊어지고 묵묵히 걷는 동물로, 기존 체계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상징한다. 이 단계의 인간은 외부에서 주어진 규칙과 도덕을 의심 없이 따르며, 기존 가치 체계가 자신에게 부여하는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려 한다. 그러나 이 상태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며, 단지 사회적 틀에 갇혀 있는 상태일 뿐이다.
  2. 사자 단계(Löwe): 기존 가치에 저항하고 독립적인 정신을 추구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인간은 더 이상 기존의 가치 체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하기 시작한다. 사자는 강력한 힘과 용기를 가진 존재로, 기존의 도덕적 규범과 사회적 제약을 부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하려는 인간을 상징한다. 그러나 사자의 상태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단순한 거부나 반항만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어린아이 단계(Kind):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단계로, 기존의 모든 가치를 초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상태이다. 어린아이는 순수하고 창조적인 존재로, 기존의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 단계에서는 더 이상 기존의 체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간다. 즉, 인간이 외부의 가치에 의존하는 것을 완전히 벗어나, 스스로 의미를 창조하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 과정은 단순한 윤리적 발전이 아니라, 개인의 존재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즉, 초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기존의 가치 체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창조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니체는 특히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이 내면에서부터 강한 의지를 발현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삶을 창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 신은 죽었다: 기존 도덕과 종교를 넘어선 삶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 중 하나는 바로 “신은 죽었다(Gott ist tot)”라는 선언이다. 니체는 이 문장을 통해 전통적인 기독교적 가치관이 더 이상 현대 사회에서 유효하지 않으며, 기존의 도덕 체계가 붕괴되었음을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선언이 아니라, 인간이 더 이상 외부의 권위(신, 국가, 전통 등)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의미를 창조해야 함을 의미한다.

니체는 기독교 도덕이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고, 삶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그는 특히 노예 도덕(Sklavenmoral)과 주인 도덕(Herrenmoral) 개념을 통해, 기독교적 도덕이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미화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기독교는 겸손, 희생, 순종을 미덕으로 삼지만, 니체는 이를 강자의 힘을 제한하려는 약자의 도덕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신이 죽은 이후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니체는 기존의 도덕 체계를 해체한 이후, 새로운 가치 체계를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간은 허무주의(Nihilism)에 빠질 위험이 있다. 즉, 모든 기존 가치가 무너진 상태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 무기력과 절망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니체는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초인’이 되어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것을 제안한다.

 

4. 영원회귀: 삶을 긍정하는 궁극적 태도

니체의 철학에서 또 하나의 핵심 개념은 영원회귀(Ewige Wiederkehr)이다. 영원회귀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고 가정할 때, 그 삶을 긍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상이다. 이는 단순한 윤회 사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철학적 개념이다.

니체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운명애(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태도)’를 가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보았다. 영원회귀의 개념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장 폴 사르트르와 알베르 카뮈 같은 철학자들도 이를 인간 실존의 문제로 깊이 탐구했다.

니체는 우리가 영원히 반복될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후회와 원망 속에서 살아가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창조하고 긍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초인이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이며, 궁극적으로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이다. 니체의 철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실천적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