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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탐구

호메로스 『일리아스』

by filebox77 2025. 3. 12.

1. 『일리아스』는 왜 중요한가?

문학 작품은 단순히 이야기의 집합체가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와 가치관을 담고 있는 중요한 유산이다. 특히, 고대 문학은 서구 문명의 근간을 형성한 철학, 역사, 윤리적 개념을 담고 있어, 오늘날까지도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호메로스(Homer)의 『일리아스(Iliad)』는 단순한 신화적 이야기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리아스』는 기원전 8세기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며, 서양 문학에서 가장 오래 된 서사시 중 하나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Trojan War) 의 마지막 51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쟁 서사시로, 단순한 전쟁 묘사에 그치지 않고, 영웅적 가치, 명예(honor), 분노(wrath), 운명(fate) 등의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다. 특히, 전쟁 속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감정과 선택의 딜레마를 생생하게 묘사하여, 현대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이후 서양 문학의 뿌리가 되었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에서 톨스토이(Tolstoy), 헤밍웨이(Hemingway)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들은 『일리아스』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의 본성과 역사적 사건을 탐구했다. 또한, 『일리아스』는 단순히 문학 작품으로서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가치관을 반영한 사회적, 정치적 기록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글에서는 『일리아스』의 줄거리를 살펴보고, 등장인물과 신들의 역할, 작품이 담고 있는 문학적·철학적 의미를 분석한 후, 이 작품이 서양 문학과 현대 문화에 미친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자 한다.

 

2. 『일리아스』의 줄거리와 구조

『일리아스』의 배경이 되는 트로이아 전쟁 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전쟁 이야기 중 하나다. 이 전쟁은 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Paris) 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Helen) 를 유혹하여 트로이아로 데려간 사건에서 시작된다. 헬레네의 남편이었던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Menelaus)는 이에 격분하여, 그의 형이자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인 아가멤논(Agamemnon) 과 함께 복수를 결심한다.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아를 공격하기 위해 대규모 원정을 떠나지만, 『일리아스』는 이 전쟁의 전 과정을 다루지 않는다. 대신, 전쟁의 마지막 해, 즉 10년째에 벌어진 51일간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줄거리는 아킬레우스(Achilles)의 분노다. 아킬레우스는 그리스 연합군 최고의 전사지만, 아가멤논과의 갈등으로 인해 전장에서 이탈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Patroclus) 가 트로이아의 왕자 헥토르(Hector) 에게 살해당하자, 아킬레우스는 복수를 다짐하며 전장에 복귀한다. 결국, 그는 헥토르와 결투를 벌여 승리하고, 헥토르의 시신을 능욕하면서 그의 분노를 표출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Priam)가 아킬레우스를 찾아와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하자, 아킬레우스는 연민을 느끼고 이를 받아들인다.

이처럼 『일리아스』는 단순한 전쟁 서사를 넘어, 분노, 복수, 명예, 그리고 인간적인 연민과 화해를 다룬 깊이 있는 이야기다.

 

호메로스 『일리아스』
호메로스 『일리아스』

3.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과 신들의 역할

『일리아스』의 또 다른 특징은 신들이 인간의 운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점 이다. 올림포스 신들은 전쟁의 흐름을 조종하며, 자신이 지지하는 인간을 돕거나 방해한다.

  • 아킬레우스(Achilles): 그리스군 최고의 전사로, 그의 분노와 복수가 이야기의 핵심 갈등을 형성한다.
  • 헥토르(Hector): 트로이아의 왕자로, 가족과 조국을 위해 싸우지만, 아킬레우스에게 패배한다.
  • 아가멤논(Agamemnon):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으로, 아킬레우스와의 갈등을 일으킨다.
  • 파트로클로스(Patroclus): 아킬레우스의 친구이자 동료 전사로, 그의 죽음이 아킬레우스를 다시 전장으로 이끈다.
  • 프리아모스(Priam): 트로이아의 왕으로, 아들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 아킬레우스에게 간청한다.

또한, 올림포스 신들 은 인간의 운명을 조정하며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 제우스(Zeus): 신들의 왕으로, 전쟁의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 아테나(Athena): 그리스군을 돕는 지혜의 여신으로, 아킬레우스를 지원한다.
  • 아프로디테(Aphrodite): 트로이아를 보호하며, 파리스가 헬레네를 유혹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아레스(Ares): 전쟁의 신으로, 때때로 트로이아군을 돕는다.

이처럼 신들의 개입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운명(fate)의 관계를 탐구하는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4. 『일리아스』의 문학적 특징과 주제

고대 문학은 단순한 서사적 재미를 넘어서, 당시 사회의 가치관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호메로스(Homer) 의 『일리아스(Iliad)』 역시 단순한 전쟁 서사시로 끝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영웅주의(honor and heroism), 운명과 자유의지(fate vs. free will), 분노와 화해(wrath and reconciliation) 같은 주제를 통해 고대 그리스인의 가치관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 을 제공한다.

『일리아스』는 등장인물들의 전쟁을 통해 인간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와 감정의 갈등을 보여준다. 전쟁은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명예를 지키기 위한 투쟁,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저항, 그리고 복수와 용서라는 인간적인 감정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장치 로 기능한다. 따라서 『일리아스』는 단순한 신화적 이야기나 전쟁 서사 그 이상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제공하는 작품 이라 할 수 있다.

1) 아킬레우스: 개인적 명예를 위한 투쟁

아킬레우스는 단순한 전사가 아니라 절대적인 용맹을 상징하는 존재 다. 그는 그리스군 최강의 전사로, 누구보다 강한 힘과 뛰어난 전투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명예 다. 그는 자신이 역사에 남을 위대한 영웅이 되기를 원했으며, 이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거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킬레우스는 『일리아스』 초반에서 아가멤논(Agamemnon)과의 갈등으로 인해 전장에서 이탈한다. 아가멤논이 그의 전리품인 브리세이스(Briseis)를 빼앗자, 아킬레우스는 분노하며 자신이 없는 전장에서 그리스군이 고전하도록 내버려 둔다. 이는 그의 개인적인 명예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다. 하지만 친구인 파트로클로스(Patroclus) 가 헥토르에게 살해당하자, 그는 다시 전장에 복귀하여 복수를 결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킬레우스는 명예를 위해 싸우는 영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단순히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후대에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결국, 그는 헥토르를 처치하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지만, 이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운명과 죽음 속에서 명예를 찾으려는 투쟁 이기도 하다.

2) 헥토르: 공동체를 위한 명예

반면,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와는 다른 형태의 영웅이다. 그는 트로이아의 왕자이자 최고 전사로, 개인적인 영광보다 조국과 가족을 위해 싸우는 인물 이다. 헥토르는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르며, 트로이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는다.

헥토르는 단순한 전사가 아니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진 영웅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과 도시를 위해 싸우며, 명예를 개인적인 영광이 아니라 자신이 보호해야 할 공동체와 연결 한다. 이는 아킬레우스와 대비되는 점으로, 두 인물은 같은 ‘영웅’ 이지만, 명예를 추구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헥토르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면서도, 전장에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용기 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 있음을 알면서도, 조국을 지키기 위해 아킬레우스와 결투를 벌인다. 이러한 모습은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영웅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5. 운명과 자유의지(fate vs. free will):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일리아스』는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지, 아니면 신들에 의해 정해진 운명에 따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1) 운명을 받아들이는 영웅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는 운명(Fate)이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다. 신들이 정한 운명은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으며, 인간은 그것을 피할 수 없다고 믿었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모두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면서도, 끝까지 싸운다.

아킬레우스는 어머니 테티스(Thetis)에게서 "너는 두 가지 운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는 말을 듣는다. 그는 오래 살지만 잊혀지는 삶 과 젊어서 죽지만 영원히 기억되는 삶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결국, 그는 후자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전장에서 싸우는 길을 택한다.

헥토르 역시 자신이 전장에서 죽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는 아내 안드로마케(Andromache)와의 이별 장면에서 자신이 죽으면 트로이아가 멸망할 것 을 예감하며, 아들의 미래를 걱정한다. 그러나 그는 조국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

2) 신들의 개입과 인간의 선택

『일리아스』에서 신들은 인간의 운명을 조종하는 역할을 한다. 제우스(Zeus), 아테나(Athena), 아프로디테(Aphrodite), 아레스(Ares) 등 올림포스 신들은 전쟁의 흐름을 바꾸며, 인간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신들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자신의 선택을 한다는 점 이다.

예를 들어,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와 싸우는 장면에서, 헥토르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싸우기로 결정 한다. 이는 인간이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운명을 맞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6. 분노와 화해(wrath and reconciliation):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일리아스』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 중 하나는 분노(wrath) 이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전체 사건의 핵심을 이룬다.

그러나 작품은 단순한 복수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아킬레우스는 복수를 통해 분노를 표출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인간적인 연민(compassion) 을 느끼게 된다. 헥토르를 죽인 후, 그는 그의 시신을 모욕하지만, 트로이아의 왕 프리아모스가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하자 마음을 돌린다.

이 장면은 전쟁 속에서도 인간적인 화해가 가능함을 보여주며, 분노를 넘어선 감정의 깊이를 드러낸다. 결국, 『일리아스』는 단순한 복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복수와 용서, 인간의 감정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서사 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