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레미 리프킨과 『소유의 종말』 – 21세기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로서, 사회적 변화를 통찰하는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특히 그는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지속해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은 경제 시스템이 ‘소유’에서 ‘접속(access)’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책이다. 이 책은 2000년에 출간되었지만, 오늘날 플랫폼 경제와 구독 경제가 활성화된 모습을 보면 그의 예측이 상당 부분 현실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리프킨은 과거의 경제 체제가 재화와 자산의 ‘소유’ 를 기반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한다. 개인과 기업이 물리적 제품을 소유하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 전통적인 경제 모델이었다. 하지만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소유’의 개념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으며, 그 대신 ‘접속’과 ‘공유’ 가 새로운 경제 원리로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더 이상 CD를 소유하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며, 자동차를 구매하기보다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활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소비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프킨은 이러한 변화를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 라고 명명하며,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네트워크 경제의 확산이 소유 개념을 대체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기업들은 더 이상 물리적 제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지 않고,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은 ‘접속’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전통적인 산업 구조를 흔들고 있다.
2. 소유에서 접속으로 – 구독 경제와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상
『소유의 종말』에서 가장 핵심적인 논점 중 하나는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와 ‘플랫폼 비즈니스(platform business)’의 확산 이다. 리프킨은 사람들이 더 이상 개별 제품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이를 이용하는 형태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 CD나 MP3 파일을 소유해야 했지만, 현재는 스포티파이(Spotify)나 애플뮤직(Apple Music)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음악을 즉시 접속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영화나 드라마도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Disney+), 왓챠(WATCHA) 같은 구독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받고 있다. 심지어 소프트웨어조차도 예전처럼 한 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365,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와 같은 월정액 구독 모델로 이용하는 방식이 보편화되었다.
리프킨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인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며 성장해왔지만, 구독 경제의 부상은 ‘소유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접속을 기반으로 한 경제 시스템을 확장시키는 결과 를 초래한다. 즉, 기업들은 이제 제품을 한 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맺으며 정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역시 소유 개념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우버(Uber)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만 이용하도록 만든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숙박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과 소비자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과 경제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리프킨은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소유 중심의 경제에서 접속 중심의 경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3. 접속의 시대가 초래하는 사회적 영향 – 불평등과 경제적 재편성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이 단순한 경제적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 한다고 강조한다. 접속 경제가 확대되면서 자본과 노동의 관계, 부의 분배 방식, 개인의 경제적 안정성이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먼저, 접속 경제는 전통적인 고용 구조를 흔들고 있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일정한 소득을 기반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플랫폼 경제가 발달하면서 고용 형태는 점점 유연해지고 있으며, 프리랜서, 긱 워커(Gig Worker), 1인 창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우버, 딜리버리히어로,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등의 등장은 노동자들이 직접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고용 안정성이 약화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문제 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소유의 필요성이 감소하면서 자본주의의 전통적인 ‘자산 축적’ 개념이 약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동산, 자동차, 기업 자산 등의 소유가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주요 수단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서비스와 데이터가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와 접속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들이 더 큰 부를 축적하는 반면, 일반 소비자는 지속적인 구독료를 지불하며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4. 새로운 경제 질서 – 접속 경제의 기회와 미래 전망
리프킨은 소유 중심의 자본주의가 점차 약화되고, 접속(access) 기반의 경제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가 형성될 것 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근본적인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이며, 앞으로의 사회 구조와 경제적 관계를 재편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협력적 공유 경제(collaborative commons) 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기존의 소유 개념이 사라지면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할 것 이라고 강조한다.
과거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이 자산을 소유함으로써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그 소유권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이러한 소유 개념이 필수적이지 않으며, 그 대신 ‘필요할 때 이용하는 것’ 이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에게 더 큰 선택권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상품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들은 장기적인 구독 모델과 플랫폼 중심의 서비스 제공 방식으로 전환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접속(access)’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유 경제 모델은 단순히 기업의 수익 창출 방식이 변하는 것 이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는 단순히 자동차를 대여해 주는 서비스가 아니다. 이는 기존의 차량 소유 모델을 완전히 뒤흔드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며, 도시 환경과 교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이 자동차를 구매하고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필요할 때만 차량을 이용하고, 유지비나 보험료를 절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선택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비용 절감의 문제를 넘어, 환경 보호, 도시 공간 활용의 최적화, 그리고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 으로 발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 은 단순히 경제 모델의 변화만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와 경제적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중요한 저작 이다. 과거의 소유 중심 경제에서 접속 중심 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은 단순한 소비 패턴의 변화가 아니라, 근본적인 경제 질서의 변화와 사회적 가치의 재편성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까지도 변화시키는 거대한 흐름이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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