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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탐구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by filebox77 2025. 2. 15.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속에 담긴 삶의 역설과 인간 심리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는 단순한 비극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며, 삶 속에 도사린 아이러니를 통해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각 작품의 주인공들은 욕망, 질투, 신념, 그리고 오만함에 사로잡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지만, 그 과정에는 아이러니와 운명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1. 『햄릿』 – 복수심이 불러온 자기 파멸의 아이러니

『햄릿』은 부친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햄릿의 여정을 통해 ‘복수 심리’, ‘우유부단함’, ‘자기 파멸’ 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간 심리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으로부터 숙부 클라우디우스가 왕을 시해했다는 사실을 듣고 복수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며 행동을 미룬다. 그는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라는 유명한 독백을 통해 삶과 죽음, 존재와 소멸의 아이러니에 대해 사색한다. 햄릿의 우유부단함은 복수의 기회를 놓치게 만들고, 결국 주변 사람들과 자신까지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한다.

심리학적으로 햄릿의 행동은 ‘결정 회피(Decision Avoidance)’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는 복수라는 도덕적 갈등과 자기 내면의 고뇌 속에서 선택을 계속 미루며 심리적 압박을 키워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복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삶을 파멸로 이끌었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신념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할 때 겪는 내면의 혼란과 그로 인한 비극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아이러니하게 그려낸다.

 

2. 『오셀로』 – 사랑이 의심으로 변해 파멸을 부른 아이러니

『오셀로』는 사랑과 질투가 만들어낸  ‘질투 심리’, ‘신뢰와 배신’, ‘관계의 붕괴’ 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오셀로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깊이 사랑했지만, 부하 이아고의 교묘한 거짓말에 속아 아내가 부정하다고 의심한다. 그는 아내의 결백을 믿지 못한 채, 질투심에 사로잡혀 데스데모나를 살해한다. 그러나 그녀가 무죄였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되어 있었다.

심리학적으로 오셀로의 질투는 ‘질투 착각 증후군(Othello Syndrome)’, 즉 근거 없는 의심과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질투는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랑이 강할수록 질투는 더 깊어진다. 오셀로는 사랑을 지키려 했으나,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잃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과 불신, 질투가 공존할 때 인간이 겪는 심리적 비극과 그 안에 담긴 아이러니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3. 『리어 왕』 – 권력과 사랑을 혼동한 오만의 아이러니

『리어 왕』은 가족 간의 사랑과 배신을 통해  ‘권력 심리’, ‘오만과 몰락’, ‘부모와 자식 관계’ 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삶의 아이러니를 탐구한다.

리어 왕은 왕국을 세 딸에게 나누어 주며, 누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지 말해보라고 요구한다. 큰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은 거짓된 말로 아버지의 사랑을 얻고, 막내딸 코델리아는 진심을 말하지만 오히려 냉대받는다. 결국, 거짓된 사랑을 믿은 리어는 모든 것을 잃고 광기에 휩싸인다. 오직 코델리아의 진심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녀를 잃은 후였다.

리어 왕의 행동은 ‘인지 편향(Cognitive Bias)’ 중 하나인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진실을 외면한 결과 파멸을 맞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사랑을 확인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놓쳤다. 셰익스피어는 『리어 왕』을 통해 권력과 사랑을 혼동한 인간의 오만이 불러오는 심리적 비극의 최후를 강렬하게 그린다.

 

4. 『맥베스』 – 야망이 부른 파멸의 아이러니

『맥베스』는 권력을 향한 끝없는 욕망을 통해  ‘야망 심리’, ‘권력 중독’, ‘죄책감과 공포’ 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맥베스는 세 마녀에게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야망에 사로잡혀 왕을 시해한다. 그러나 왕이 된 후에도 그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며,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르며 점점 광기에 빠진다. 결국, 그는 전쟁에서 패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심리학적으로 맥베스의 행동은  ‘권력 중독(Power Addiction)’ 과  ‘도덕적 탈선(Moral Disengagement)’ 의 전형이다. 그는 권력을 얻었음에도 더 큰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며, 점점 더 큰 폭력에 의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그 왕좌는 그에게 고통과 파멸만을 안겨 주었다. 셰익스피어는 『맥베스』를 통해 욕망과 권력에 사로잡힌 인간 심리가 어떻게 자멸로 이어지는지를 아이러니하게 보여준다.

 

5. 비극 속 공통된 아이러니 – 인간 심리의 보편성과 운명의 역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아이러니가 흐른다.

  • 『햄릿』에서는 복수를 통해 정의를 추구했지만, 결국 파멸을 맞이한다.
  • 『오셀로』에서는 사랑을 지키려다 오히려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
  • 『리어 왕』에서는 사랑을 시험하려다 진정한 사랑을 외면한다.
  • 『맥베스』에서는 왕좌를 얻으려다 삶 자체를 잃는다.

이 모든 비극에는 인간 심리의 보편성과 삶의 역설이 담겨 있다. 욕망, 질투, 오만, 야망 같은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은 때로는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지만, 동시에 그 감정에 휘둘릴 때 인간은 파멸에 이른다.

셰익스피어는 이러한 비극을 통해 단순히 주인공들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 자체에 내재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삶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

 

아니면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셰익스피어가 전하는 삶의 아이러니와 인간 심리의 깊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단순한 비극 이야기가 아닌, 인간 심리와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각 작품 속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욕망과 신념을 좇았지만, 그 끝에는 원하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비극적인 아이러니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삶의 복잡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셰익스피어는 4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인간은 언제나 원하는 것을 추구하지만, 정작 그 끝에서 얻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삶의 아이러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