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디킨스가 그려낸 계층 사회와 인간 욕망의 초상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신분 상승과 사랑을 꿈꾸는 고아 소년 핍(Pip)의 인생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성장소설을 넘어, 계층, 신분, 욕망, 허영심, 그리고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

핍은 무명의 시골 고아에서 정체불명의 후원자로부터 유산을 받으며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부와 명성을 쫓는 과정에서 그는 사랑, 우정,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디킨스는 이 작품을 통해 계층 상승에 대한 욕망이 인간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1. 신분 상승의 욕망 – 부가 만들어낸 허영과 자기 소외

『위대한 유산』에서 디킨스는 ‘신분 상승 욕망’, ‘사회적 지위’, ‘허영심과 자기 소외’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계층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질되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핍은 가난한 대장장이 조 가저리(Joe Gargery)의 집에서 자랐다. 그는 어릴 적부터 미스 해비셤(Miss Havisham)과 그녀의 양녀 에스텔라(Estella)를 통해 상류층의 화려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경험한다. 특히, 에스텔라가 핍을 향해 던진 말은 그에게 깊은 상처이자 신분 상승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심어준다.

 "너는 거칠고, 촌스럽고, 천박해."  이후, 핍은 정체불명의 후원자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으며 ‘신사’가 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부유한 삶을 시작한 핍은 점차 과거의 소박함과 진심을 잃어버린다. 그는 자신을 헌신적으로 사랑해 준 조 가저리와 빌릭(Pumblechook) 같은 옛 친구들을 외면하며, 상류층의 허영심에 빠진다.

심리학적으로 핍의 행동은 ‘자기 소외(Self-Alienation)’의 전형이다. 그는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과거의 자신과 주변인들을 부정하며, ‘신분 상승이 곧 행복’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가 신분을 얻고 나서 느낀 것은 공허함과 자아의 혼란뿐이었다.

디킨스는 핍을 통해 묻는다.  “부와 신분은 정말로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 수 있는가?”

결국, 디킨스는 신분 상승 자체보다 인간성과 관계의 소중함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2. 사랑과 욕망의 덫 – 에스텔라를 향한 집착과 자기 파괴

디킨스는 핍과 에스텔라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욕망’,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관계 속의 권력’이라는 키워드를 탐구하며, 욕망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핍은 에스텔라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에게 매혹된다. 그러나 에스텔라는 미스 해비셤에 의해 ‘사랑을 주지 못하는 도구’로 길러졌다. 그녀는 핍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네 마음을 아프게 하려고 태어났어."

그러나 핍은 그녀의 차가움조차 사랑으로 착각하며,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짝사랑 중독(Limerence)’과  ‘자기 파괴적 집착(Self-Destructive Obsession)’ 의 전형이다. 핍은 사랑을 통해 신분 상승과 정체성 회복을 동시에 이루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잃어간다.

특히, 핍은 에스텔라의 무심함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한다. 이는 ‘자존감 결핍(Low Self-Esteem)’ 과 관련이 깊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오직 에스텔라의 인정에서 찾으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끝없는 무관심과 상처뿐이었다.

디킨스는 핍의 비극적 사랑을 통해 말한다.

“사랑이 욕망으로 변질될 때, 그것은 소유의 욕망일 뿐이다.”

결국, 디킨스는 사랑이란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것임을 보여준다.

 

3. 계층 사회의 잔혹함 – 부와 신분이 만든 인간관계의 위선

디킨스는 『위대한 유산』을 통해  ‘계층 사회’, ‘신분 격차’, ‘위선과 착각’ 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의 불평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핍은 상류층에 발을 들이며, 사회적 지위가 인간관계를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한다. 그는 부자가 되자, 이전에는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존경과 호의를 보이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그들의 친절은 오직 핍의 ‘부와 신분’에 기반한 위선이었다.

특히, 미스 해비셤은 사랑에 배신당한 후 자신의 증오와 복수를 위해 에스텔라를 ‘무정한 도구’로 길렀다. 그녀는 핍을 에스텔라와 엮어, 그가 사랑과 계층의 틈바구니에서 고통받는 것을 즐긴다. 이는  ‘트라우마 전이(Trauma Transference)’ 와  ‘관계의 도구화(Objectification of Relationships)’ 의 전형이다.

또한, 핍은 신분 상승 후에도 상류층의 일원이 되지 못한  ‘사회적 소외(Social Alienation)’ 를 경험한다. 그는 하류층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상류층에 완전히 속하지도 못하며, 경계인(Marginal Man) 으로서 고독함을 느낀다.

디킨스는 이렇게 묻는다.

“사회적 지위가 진정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줄 수 있는가?”

결국, 디킨스는 계층 사회의 허위성과 위선을 폭로하며, 인간관계는 신분이 아닌 진정성에 기반해야 함을 강조한다.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4. 진정한 유산 – 인간관계와 성숙의 가치

디킨스는 소설 후반부에서 ‘유산의 참된 의미’, ‘관계의 소중함’, ‘성숙과 깨달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핍이 부와 신분을 넘어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핍은 자신에게 유산을 준 후원자가 미스 해비셤이 아닌, 하층민이자 범죄자였던 매그위치(Abel Magwitch) 임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점차 매그위치가 자신의 인생을 바쳐 자신을 돕고자 했음을 깨닫는다. 핍은 처음에는 매그위치를 부끄럽게 여겼으나, 그의 헌신을 이해하며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게 된다.

이는 핍의 내면에서 일어난 ‘계층 편견의 극복(Overcoming Class Prejudice)’ 과  ‘인간관계의 재발견(Rediscovery of Human Connections)’ 을 보여준다. 핍은 부와 신분이 아니라, 진정한 애정과 헌신이야말로 삶의 참된 가치임을 깨닫는다.

또한, 핍은 조 가저리에게 냉대했던 자신을 후회하며, 조의 진심 어린 우정과 사랑이야말로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유산(True Legacy) 이었음을 깨닫는다.

디킨스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유산은 돈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속에 남는 사랑과 헌신이다.”

 

5. 『위대한 유산』이 전하는 계층과 욕망의 교훈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계층 사회 속에서 욕망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참된 유산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신분 상승 욕망	부와 신분을 좇으며 자신과 인간성을 잃음	신분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정체성과 인간성
사랑과 욕망	에스텔라에 대한 집착으로 고통받음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이해와 성장임
계층 사회와 위선	상류층 사회에서 위선과 고독을 경험함	진정한 관계는 지위가 아닌 진심에 기반함
진정한 유산의 의미	매그위치와 조 가저리의 사랑을 깨달음	진정한 유산은 사랑과 헌신임

 

진정한 유산은 욕망 너머에 있다

찰스 디킨스는 『위대한 유산』을 통해 부와 신분, 사랑과 욕망, 계층과 인간관계라는 주제를 치밀하게 탐구하며, 참된 유산은 돈이나 지위가 아닌 ‘인간성과 사랑’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핍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욕망하고 있는가? 그 욕망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찰스 디킨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위대한 유산은 신분이 아닌, 사랑과 헌신으로 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