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영원한 사랑 이야기, 그러나 비극으로 남은 이유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그 비극성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고전이다. 이 작품은 16세기 이탈리아 베로나를 배경으로, 몬태규 가문의 로미오와 캐퓰릿 가문의 줄리엣이라는 두 청춘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결국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이 왜 비극으로 귀결되었을까? 이 작품이 단순히 운명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랑이 비극이 된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나 오해를 넘어서, 가문 간의 갈등, 충동적인 행동, 사회적 억압, 잘못된 소통, 그리고 운명의 장난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각 요소는 단독으로는 비극을 만들지 못하지만,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비극을 초래했다. 이 다섯 가지 요인을 중심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어떻게 비극이 되었는지 탐구해보겠다.

 

1. 가문 간의 갈등: 증오가 만든 사랑의 장애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핵심적인 비극의 원인은 바로 몬태규와 캐퓰릿 가문 사이의 오랜 원한이다. 이 두 가문의 갈등은 작품의 시작부터 도시 전체에 폭력과 혼란을 일으킨다. 이러한 대립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단순한 연애가 아닌 금지된 사랑으로 만든다.

줄리엣은 로미오와 사랑에 빠진 후 "왜 당신은 로미오인가요?"라고 절망하며, 그가 몬태규 가문이라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그녀의 이 유명한 대사는 사랑이 가문의 이름에 의해 억압받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처럼 가문의 갈등은 두 사람을 더 열정적으로 사랑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한다.

특히, 티볼트와 머큐시오의 싸움은 이 갈등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준다. 티볼트가 로미오를 도발하고, 이를 말리던 머큐시오가 죽자 로미오는 분노에 휩싸여 티볼트를 살해한다. 이 사건은 결국 로미오의 추방으로 이어지며,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2. 충동적인 사랑과 선택: 이성보다 감정이 만든 파국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그야말로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감정의 연속이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지 단 하루 만에 결혼을 결심한다. 이들의 사랑은 뜨거운 만큼 불안정하며, 신중함이나 현실적인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

로미오는 줄리엣을 만나기 직전까지 로잘린을 사랑했다고 말하지만, 줄리엣을 본 순간 즉시 마음을 바꾸며 사랑을 고백한다. 이는 로미오의 사랑이 얼마나 충동적인지 보여준다. 또한, 줄리엣 역시 로미오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위험을 감수하며 몰래 결혼을 결심한다.

이들의 충동적인 행동은 이후에도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 특히, 로미오는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깊은 절망에 빠져 독약을 마신다. 반면, 줄리엣은 깨어난 후 로미오가 죽은 것을 보고 곧바로 자결한다. 이 모든 비극은 이성보다 감정에 이끌린 충동적인 선택들이 쌓인 결과다.

 

3. 사회적 억압과 시대적 관습: 사랑을 가로막은 사회의 벽

『로미오와 줄리엣』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억압적인 관습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이탈리아 사회는 가문과 명예, 혼인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매우 강했다. 줄리엣은 아버지 캐퓰릿에 의해 파리스와의 결혼을 강요받는다. 줄리엣이 이 결혼을 거부하자, 아버지는 그녀를 심하게 꾸짖으며 "네가 내 딸이길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줄리엣은 단순히 로미오를 사랑한 죄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된다. 이처럼 사회의 억압과 가족의 권위주의적 태도는 두 사람을 더욱 절망적인 선택으로 몰아넣는다. 또한, 로렌스 신부의 비밀 결혼 주례와 줄리엣에게 준 수면약 계획도 사회 구조가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다.

만약 사회가 두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였다면, 이 비극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의 규범과 전통은 두 사람의 사랑을 용납하지 않았으며, 결국 비극을 낳는 원인이 되었다.

 

4. 소통의 부재와 오해: 비극을 부른 작은 착오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소통의 부재와 오해가 어떻게 비극을 초래하는지 강조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들의 관계에는 늘 잘못된 정보와 부족한 소통이 문제를 일으킨다.

대표적인 사례는 로렌스 신부의 계획이다. 신부는 줄리엣에게 수면약을 주며 죽음을 위장해 로미오와 함께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로미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던 신부가 보낸 전령은 로미오가 추방당한 도시가 전염병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바람에  로미오에게 서신을 전달하지 못한다. 결국 로미오는 줄리엣이 죽었다는 거짓 소문을 듣고 절망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엣이 깨어났을 때, 로미오가 이미 독약을 마셨다는 사실은 이들의 사랑이 단순한 오해와 소통 부족으로 파국을 맞이했음을 보여준다.

 

5. 운명과 우연의 장난: 피할 수 없는 비극의 그림자

마지막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특징인 운명(fate)과 우연(chance)의 장난에 의해 더욱 비극적으로 완성된다. 작품은 시작부터 그들의 사랑을 “불운한 연인(star-crossed lovers)”이라고 예고하며, 운명이 이미 그들의 비극을 결정했음을 암시한다.

모든 사건은 마치 운명에 의해 정해진 것처럼 얽혀 있다. 로미오는 원래 캐퓰릿 가문의 무도회에 갈 계획이 없었으나, 친구 머큐시오의 권유로 참석하게 되고, 그곳에서 줄리엣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또한, 로렌스 신부의 전령이 전염병으로 길이 막히는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이 작은 사건이 결국 비극을 불러온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엣은 로미오가 죽은 직후에 깨어난다. 단 몇 분의 차이가 두 사람을 살릴 수 있었지만, 운명은 그들에게 잔인하게 등을 돌린다. 이처럼 운명과 우연은 두 사람의 사랑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이 작품을 가장 유명한 비극으로 만든 핵심 요소다.

 

결론: 사랑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위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두 사람의 사랑은 가문 간의 갈등, 충동적인 선택, 사회의 억압, 소통 부족, 그리고 운명의 장난이 얽히면서 비극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비극에 머물지 않고, 사랑과 증오, 자유와 억압, 운명과 선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긴다.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은 결국 그들의 가문이 화해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 작품이 수백 년간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사랑과 비극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비극은 비록 가슴 아프지만, 동시에 사랑이 가진 위대한 힘과 순수함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다.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